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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2월의 존재와 맞닿뜨리지 않을까. 우리의 자유를 속박하는 그 무엇인가를. 그것이 현재의 가정환경이 될 수도 있고, 나의 나태함일 수도 있다. 마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2월의 존재는 공공의 적이지만 알고 보면 2월은 다른 모든 사람들첢 6월, 7월, 8월을 좋아하고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결코 착한 사람이 될 수 없는 존재이다.

고백하자면, 이 책은 여러가지 환상과 비유, 상징이 중첩되어 일어나는 듯하여 단번에 이해할 수 없었고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독자의 나의 권리를 마음껏 행사하여 내 멋대로 읽은 탓에 다른 독자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이 책의 특이성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의 시점으로 최소 한번씩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낯선 방식이고 환상과 겹쳐 시점의 교차가 다소 어렵긴 했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바라보는 눈이 더 풍부해지는 것 같아 나중에는 즐기게 된 것 같다. 이런 독특한 시점 덕분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고 배척하려 하는 2월의 입장에서도 사건은 서술된다. 2월을 의인화하여 이야기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2월은 마을 사람들을 사랑하고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며 별 뜻 없이 한 행동들이 마을 사람에게는 괴로운 일이 된다. 그래서 2월의 아내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봄과 여름을 가져다줄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준다. 아마도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에 책 제목도 그렇게 지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2월의 안타까운 짝사랑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2월의 시각에서 보면 2월은 항상 슬프고 우울하며 마을 사람들에게도 외면받는다. 아이들을 납치한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마을 사람에게 고통을 야기한 것도 미안해 하며,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결코 착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뜬금없을 지 모르겠지만 요즘따라 이런 악역이 될 수 밖에 없는 존재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역들은 피치 못할 사정이나 그들만의 슬픈 사연이 있는 측면이 부각되어 나와서 이러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도 착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결코 그런 존재가 될 수 없을 때, 어쩌면 2월은 그것이 존재의 이유가 곧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라 더 슬픈 것은 아닐까.

소설은 분명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2월의 죽음 때문인가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의 울부짖는 소리가 책을 덮은 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 기억에 남는 구절>>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가 2월의 주머니에서 찾은 쪽지
 

나는 당신에게 마술 같은 이야기를 써주고 싶었습니다. 모자 속에서 토끼들이 나오기를 바랐어요. 당신이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둥둥 올라가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결과는 슬픔, 전쟁, 비탄뿐 아무것도 없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내 마음속에는 정원이 있어요.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당신의 기억은 안녕하십니까.




기억이라는 건 우습다
. 너랑 함께 보낸 오후의 따스함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하면서 미치도록 버벅거렸던 발표 시간은 하루 빨리 잊고 싶다. 내 인생에 있어서 바보 같았거나 창피한 순간들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지만 더 잘 기억나고, 어렸을 때 제일 친했던 동네 친구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름이 잘 기억 안 나기도 한다. 기억이라는 장난꾸러기는 그렇게 늘 내가 바라는 것의 반대로만 행동한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이와 같은 기억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피아니시모(Pianissimo)’라는 매우 여리게연주하라는 말이다. , 내 기억이 매우 여리게 연주되고 있다는 말은 기억력이 점점 옅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공인 앨리스는 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기억력이 점차 흐려지게 된다. 아까 전에 뭘 먹었는지, 항상 들고 다니던 블랙베리를 어디에 두었는 지에서부터 남편 존이 어디에 갔는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심지어는 사랑하는 딸의 이름까지도 잊게 된다.

섬세하게 그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나도 모르게 가슴 한켠이 아리게 만든다. 과연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존처럼 냉정히 내 할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 삶을 희생하여 사랑하는 사람 곁을 지킬 수 있을까. 어느 한 편이 낫다고 가치 판단을 하기는 힘들지만, 나라면 어떻게 행동 했을지 한번쯤은 되돌아 생각해보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아내에게 헌신하지도 않고, 아내의 갑작스런 변화에 당혹스러워하며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들, TV에서처럼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보듬어주기보다는 존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순간들, 앨리스 자신도 최고의 학자의 위치에서 빈번히 사용하던 단어를 잊음으로써 느끼는 좌절감들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그런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앨리스는 조발성 알츠하이머 환자들 간의 모임도 만들고, 지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촉구하는 감동적인 연설도 펼치며 아직 정신이 조금이나마 온전할 때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전반적인 소설에 극적인 장면이라든가 예기치 못한 반전과 같은 요소는 없지만 잔잔하면서도 탄탄한 전개, 사실적인 묘사, 부분부분 절실하고도 감동적인 장면들은 이 소설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엘르엣진] 몸풀기 미션~ 대외활동




어때요? 예쁘죠~~ ^^

THE FIRST MAGZIN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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